KT가 마지막 단독 영업에 나서면서 번호이동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의 보조금 영업이 순차 영업정지 후반으로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것. 하지만 규제당국이 뒷짐만 지고 있어 시장과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KT의 단독영업이 시작된 4월27일부터 5월1일까지 번호이동 건수는 9만388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루 평균 1만5064건으로 앞서 단독영업을 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6262건, 8499건을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특히 이통3사 중 2곳이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시장과열 상태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KT의 최근 번호이동 건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일일 시장과열 기준인 2만4000건을 넘지는 않았지만 이통3사의 정상영업 시 번호이동 점유율로 환산할 경우 하루 약 4만5000건을 넘는 수치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자숙해야 할 영업정지 기간이 타사의 가입자를 빼앗아 자사의 가입자수를 늘리는 기간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라며 “일부 이통사는 불법 보조금 때문에 영업정지에 들어갔으면서도 영업정지에 들어간 경쟁사의 고객을 빼앗기 위해 보조금 규모를 점점 더 늘리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도 KT의 단독영업 기간에 다양한 보조금이 공공연히 지급된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규제 당국을 비웃듯 일선 영업점에서는 단독 영업재개 이후 갤럭시S5(출고가 86만6800원)가 19만원에 판매되는 등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상 상한선인 27만원을 넘는 보조금 지급 사례가 쉽게 발견됐다.

상황은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주요 휴대폰 관련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최신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인 팬택 베가 시크릿업(출고가 95만4800원)에 70만원, LG G프로2에 64만원의 보조금이 실렸다는 홍보글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여기에 KT는 자사 전용 스마트폰 ‘갤럭시S4 미니’와 ‘옵티머스GK’ 출고가를 25만원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법정 보조금을 준수하면서 사실상 ‘공짜폰’을 팔 수 있게 된 셈이다.

특히 전과 다른 것은 KT의 보조금 영업이 단속 대상에서 빗겨선 구형 단말기로까지 확대됐다는 점이다. 출시된 지 20개월이 지난 기종은 시장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갤럭시 노트2(출고가 84만7000원)는 5만원에 예약 판매됐으며 아이폰4(16GB)와 3G 스마트폰인 LG전자 L70은 기기값이 공짜였다.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셈이다.

시장 상황이 이런데도 방통위는 영업정지 기간의 위법 사항에 대해 사실 조사를 벌인 후 3사의 영업정지가 모두 끝난 뒤 추가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앞서 LG유플러스 역시 단독영업 기간 동안 사전 예약가입을 받고 가이드라인을 넘는 보조금을 투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샀고, 단말기 인하를 놓고서도 팬택과 마찰을 빚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규제기관의 이런 소극적인 태도가 오히려 보조금 경쟁을 부추기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영업정지 기간 중 불법 보조금 문제가 지속됨에도, 규제기관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법을 지키면 오히려 손해를 입게 되고 고강도 정부 제재가 효과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영업정지 종료 이후에도 이통시장 안정화는 기대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KT는 “경쟁사에 비해 2배 이상 영업정지 기간이 연속됐기 때문에 그만큼 대기수요가 많아 초기 개통량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며 “출고가 인하 노력 등을 통한 합법적 방법으로 가입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Posted by 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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